자이가르닉 효과(Zaigarnik Effect): 생각도 오프로딩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할 일을 관리하기 위해 할일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To-do 리스트, 메모를 사용한다. 이런 도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잊기 위함 (현재 하고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할 일 만큼 머리속을 떠도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는다. 본 글에서는 생각을 노트로 작성하여 주의력을 보존하는 방법과 (참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생산성 갖추기), 이와 관련된 이론인 자이가르닉 효과에 대해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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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가르닉 효과 (Zaigarnik Effect)

자이가르닉 효과는 1927년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에 의해 연구된 효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불린다. 미완성의 과제는 과제가 완료될 때까지 우리의 단기 기억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주의력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¹, 동시에 여러 일을 진행하게 되면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주의력을 소모하여 현재 작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이 방해나 푸시 알림 등에 왜 그렇게 취약한지 어느 정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집중해서 독서를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체크해야 할 메일이 생각나거나 휴대폰에 푸시 알림이 오면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시 집중하기가 힘들다.

다행히도, 자이가르닉은 후속 연구를 통해 이렇게 미완의 과제가 머리에 남아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일을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밝혔다. 대신, 나중에 반드시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적어놓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GTD 나 좋은 할일 관리 시스템에서는 무언가 머리에 떠오르면 바로 그것을 적어 놓을 Inbox 라는 공간을 사용하는데, 실제로 큰 효과가 있다. 특히 GTD 에서는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조금의 주의라도 기울이고 있는 모든 일들을 적어내는 Mind Sweep 과정을 거치라고 조언한다.

제텔카스텐을 활용하여 생각을 오프로딩하기

그런데 우리가 처리해야 할 일들 말고도 머리 속을 떠돌며 주의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아이디어이다.

해 보고 싶은 재미있는 프로젝트, 순간의 인사이트, 이론, 사업/개발 아이디어, 연구 아이디어 같은 것들도 일단 떠오르면 많은 주의력을 소모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할일보다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다. 특히 이런 아이디어들은 다른 아이디어에 대해 숙고하거나 (책을 읽는 등) 기록을 하고 있을 때 많이 떠오른다. 할일 뿐 아니라 이러한 생각들도 시스템을 통해 우선 오프로딩을 해 두어야 아이디어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지금 수행중인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은 이렇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기록하고, 배양하여 발전시키기에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실제로 처음 제텔카스텐을 시작해 보면 위에서 언급했던 Mind Sweep 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주장 등을 하나하나 노트로 작성하면서 내 생각과 관심사가 구체화된다. 그 이후로는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 붙잡아두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마다 노트를 만들고 기존의 노트를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을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검토하는 것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는데, 생각이 여전히 흥미로운지 현재 환경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에 빠져있을 때에는 매우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던 것이 나중에 보면 평범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검토를 거치고도 기록이 된 아이디어는 정말로 흥미로운 아이디어이며, 저장소의 순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참고한 자료

• <제텔카스텐>, 숀케 아렌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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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키백과나 다른 블로그 포스팅 등에는 주의력의 관점보다는 심리학 관점에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골프 선수들이 잘 친 샷보다는 잘 못 친 샷을 더 잘 기억하거나, 엇갈린 사랑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주의력 관점의 본문 내용은 레퍼런스에 있는 <제텔카스텐> 책에서 주로 참고했는데, 이렇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의 지식을 누적할 수 있는 것이 제텔카스텐의 장점이자 재미이다. ↩